짝짜꿍,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 …
부모가 태어난 아이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주는 말과 놀이가 있다.
바로 짝짜꿍,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 등이다.
한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말이며 동작들이다.
손을 움직이고, 부딪히고,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하고, 손가락을 손바닥에 찍고,
고개를 흔드는 동작....
역사적으로도 이만큼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구전되어온 말과 놀이는 없을 것이다.
서지도, 걷지도, 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우리는 인간 기초 교육으로 놀이를 적용한 것이다.
얼마 전 TV의 한 프로그램에서 단동십훈(檀童十訓)을 소개하였다.
이것은 단군시대부터 내려져 온 과거 왕족들의 교육방식이라고 한다. ‘
단동십훈’이란 돌이 안 된 아기들에게 가르치는 열 가지의 가르침으로,
인간이 지켜야 할 계도와 성장을 원활히 하는 데 필요한 훈교이자 노래라고 한다.
제1훈 : 불아불아(弗亞弗亞)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라부라” 하며 손자, 손녀의 귓가에 들려준다.
‘불(弗)’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뜻이다.
‘아(亞)’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불아’는 단군신화에서처럼
신이 사람으로 땅에 내려오고, 신선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상징에서 영원한 생명을 지닌 어린이에의 예찬으로 풀이된다.
“귀한 내 애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세상을 밝게 해주렴.” 이런 소원이라 할 수 있다.
제2훈 : 시상시상(詩想詩想)
아이를 앉혀놓고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면서
“시상시상” 하며 흥얼댄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는 한에서 시작되었다는 조상들의 생명시원이 나타난 말이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끝간 데는 ‘한’의 자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시상시상’은 어른 공경을 품고 있는 경로사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제3훈 : 도리도리(道理道理)
머리를 좌우로 돌리게 하면서 아이에게 가르치는 십훈 중 최초의 교과목이다.
자라면서 천지만물이 무궁한 하늘의 도리로 생겼듯이
너도 이런 도리로 태어났음을 잊지말라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는 도 교육이다.
제4훈 : 지암지암(持闇持闇)
두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동작과 함께
엄마는 “지암지암(잼잼)” 하며 손놀림을 가르친다.
현묘한 도란 쉬이 깨칠 수 없다. 두고두고 살아가며 알게 된다.
‘암(闇)’은 어둡고 혼미스럽다는 뜻이다.
‘지암’은 세상의 혼미한 것을 가려서 파악하라는 의미다.
외래사상의 전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제5훈 : 곤지곤지(坤地坤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왼손바닥을 펴게 한 다음
오른 손 검지로 왼손 바닥을 찧게 하며 엄마는 ‘곤지곤지’한다.
‘십(十)’이라는 글자의 모양새는 음(一)을 양(ㅣ)이 관통하는 모습이다.
음양조화의 상징이다. 이것을 알면 땅의 이치(坤地道)도 깨닫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6훈 : 섬마섬마(西魔西魔)
아기의 다리 힘이 생기면서 한 발짝 두 발짝 걸음마를 시작할 때
부모는 아기 걸음마의 귀여움과 신비에 매료된다.
섬마는 ‘서의 마귀’라는 의미다.
서마도(西魔道), 곧 서쪽의 마귀 정신에 물들지 말라는 조상의 경고다.
섬은 ‘서다(立)’의 준말이다. 동도(東道)만으로는 안 된다.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조화로 홀로서기, 자주독립을 하라는 민족의 염원이 담긴 가르침이다.
제7훈 : 업비업비(業非業非)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할 때 약간 겁주는 말이 ‘업비’다.
무서움을 가르치는 말이기도 하다.
올바른 도에 맞지 않는 생활은 정업(正業)이 아니다. 접화군생(接化群生)이어야 한다.
이런 일에 접하는 모든 것을 살리는 것이 올바른 업이라는 말이다.
제8훈 : 아함아함(亞合亞合)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내는 동작이다.
두손을 가로 세로로 포개면 ‘아(亞)’자 모양이 된다.
이것은 천지 좌우의 형국을 내 가슴속에 모신다는 것을 상징한다.
제9훈 : 작작궁 작작궁(作作弓 作作弓)
머리운동을 하는 교육이 끝나면 손바닥으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배운다.
천지좌우와 태극을 맞부딪쳐서 흥을 돋우며 궁(弓:태극)의 이치를 알았으니
이제는 손으로 궁(弓)을 만들어 보고 그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와서 신(神)으로 가는 이치(弓)를 알았으니
그 기쁨, 손뼉을 치며 기쁘게 노래하며 춤추자는 의미가 들어있다.
제10훈 : 질라아비 훨훨의(羅阿備活活議)
나팔을 불며 춤추는 동작이다. 이제 천지 우주의 모든 이치를 깨달았으니 기쁘다.
이제 지기(地氣)를 받아 태어난 이 육신, 활활(活活) 잘 자라도록 살아가자는 뜻이다.
이밖에도 ‘깍꿍(覺弓)’이라는 것도 있다.
아이를 놀라게 해 주려고 눈을 크게 뜨고 “깍꿍”한다.
궁(弓)은 새을(乙)자 모양의 음양을 말하며 우주의 근본을 의미한다. 각궁은 근본을 깨달으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단동십훈에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신체 움직임을 놀이로 나타내고 있다.
그 안에 담긴 뜻이 작위적이라 하더라도 오감을 활용함으로써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교육적 자극은 충분히 들어있다.
우리 조상들은 말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도 놀이로써 교육을 강조해 온 것이다.
이런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와 다른 남이 있음을 알게 되고 둘이 하는 놀이,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들을 만들어낸다. 또, 사물을 이용해서 놀잇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만든 놀이들을 매일 반복해서 놀면서도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한다.
내가 아는 놀이를 친구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런 놀이의 습득, 전달, 생성의 모든 과정이 바로 어릴 때
자신도 모르게 배웠던 짝짜꿍, 잼잼, 도리도리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놀이는 ‘인간의 본능, 인간의 삶 그 자체’이라는 말이 새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http://www.nol2.com/pocketbook
201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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